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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해법이다/자원문제, 정의가 해법이다.

아파트 지을 곳 있어도 쓰레기 버릴 곳 없다는 서울

인터넷한겨레 2018. 11.14.

면적당 쓰레기 발생량 전국 평균 29배, 강원 122배 많아

쓰레기 처리 자립도 인천 634%, 서울·경기 부담 떠안아

* 자료 : 환경부, 「2016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자료를 사용하여 재작성 

그림 1. 지방자치단체별 생활계 폐기물 처리로 인한 환경부담  

 

서울에서 시작된 집값 폭등이 913 부동산대책으로 잡혀간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의도, 용산 개발과 같이 서울에 쏟아질 개발 기대가 잠복해 있어 더 두고 볼 일이기는 하다. 실망스러운 것은 가뜩이나 인구의 60%가 몰려 사는 수도권에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300만호 주택을 공급하고 신도시를 만들겠다니 이번 정부에서도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할 모양이다. 

 

2015년, 우여곡절 끝에 겨우 인천에 매립지 연장 허가를 받아낸 서울은 늘 제가 배출한 폐기물조차 처리할 공간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913대책이나 서울시의 용산, 여의도 개발계획을 보면, 그간 서울의 핑계는 개발의 수혜를 독점하느라 땅이 없으니 개발의 폐해는 다른 지역이 져야 하지 않겠냐는 배짱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인천의 수도권매립지 위성사진과 용도. 서울과 경기의 폐기물 처리 부담을 인천이 모두 떠안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금싸라기 땅에 폐기물 시설을 만들어 그 많은 인구가 악취며 소음 그리고 교통혼잡을 겪는 낭비를 꼭 해야겠냐는 게 그 동안의 매립장이나 소각장은 물론 재활용시설조차 건설할 수 없는 서울시와 서울시민의 핑계였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도로, 수도, 도시가스, 학교, 병원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폐기물처리장이나 유해물질배출시설을 밖으로 밖으로 쫒아내며 아파트와 사람만 늘려온 게 지금의 서울이다. 

 

사람이든 자원이든 폐기물이든, 환경이 수용할 범위를 넘어서면 치러야할 값은 커진다. 사람이 몰려들면 집값이 오르듯, 폐기물도 환경의 수용범위를 넘어서면 환경부담은 늘게 마련이다(그림 1, 표 1).  그림 1에서 보듯이 제주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의 생활계 폐기물 1일 발생량은 1인당 0.72~1.39㎏으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나 환경부담을 고려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면적당 생활계 폐기물 발생량을 비교해 보면 서울은 ㎢당 1일 15.88t을 내놔 전국 평균 0.54t/일∙㎢의 29배, 강원 0.13t/일∙㎢의 무려 122배에 달하는 폐기물을 같은 면적에 쏟아놓는다. 이렇게 폐기물이 적체되어도 서울은, 폐기물처리시설을 적극적으로 세우거나 폐기물을 줄이기보다는 폐기물을 다른 지자체로 밀어내고 있다.

 

 

 

 

폐기물 처리 자립도는 재활용을 제외한 소각 및 매립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생활계 폐기물을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최종 처분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폐기물 처리 자립도를 계산하기 위해 매립, 소각되는 폐기물 최종 처리량을 폐기물 배출량의 143%로 나누었다[생활폐기물 자립도={폐기물 최종처리량(매립+소각처리량)/폐기물배출량(매립+소각배출량)✕1.43}✕100%]. 여기서 최종배출량에 43%를 더한 것은 재활용으로 배출되었지만 분류과정 등을 통해 매립 및 소각으로 최종 처리된 양을 반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값은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결국 배출된 생활계 폐기물은 재활용되고 남은 나머지는 모두 처리된다는 가정 하에 산출한 값이다. 따라서 이 값을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한 표 2의 값은 실제 배출량과는 다를 수 있다(그림 2, 표 2).

 

* 자료 : 환경부, 「2016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자료를 사용하여 재작성 

그림 2. 지방자치단체별 생활계 폐기물처리 자립도

 

대부분 지역에서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폐기물처리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는데 비해 유독 생활계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서울과 경기에서는 폐기물처리를 인천에 떠맡겨두고 있다. 서울의 폐기물처리 자립도가 47%에 불과한 것은, 인천의 자립도가 634%인 것보다 더욱 환경에 부담을 주는 일이다. 서울이 주기적으로 쓰레기대란으로 고통받는 것도 인천이 서울과 경기의 폐기물 처리로 악취와 소음에 시달리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결을 뒤로 미루기만 할 일은 아니다. 

 

서울은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과 “에너지 자립 마을” 지원을 통해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지속가능성은 에너지와 자원의 순환이 원활하면 할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서울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 애를 쓰는 만큼 폐기물처리 자립을 위해서도 재활용 확대나 폐기물 절감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거나 자원순환형 마을을 지원하는 정책 등에도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지불해야만 한다. 

 

» 서울 중구 원전하나줄이기 정보 센터. 서울시는 에너지 자립 만큼 폐기물 처리 자립과 재활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겨레 자료 사진

 

또한 서울은 지속가능한 지원순환형 도시가 되기 이전까지는 서울이 다른 지역에 지고 있는 환경부채를 갚아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토지 탓을 하면서 떠넘기던 폐기물처리를 용산이나 여의도에서 할 수 없다면 용산이나 여의도 개발로 얻은 이익을 다른 지역과 나누어야 서울은 폐기물을 나눈 지역과 함께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표 1에서도 보듯이 일인당 폐기물 발생량이나 에너지 사용량이 비슷한데도 환경부담이 수십배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인구와 자원의 밀집을 해결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발전도 자원순환형 사회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균형발전을 하려면 인구분산은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선택이다.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꼭 집을 더 짓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수도권에 몰려있는 인구를 분산해서 인구를 줄여도 수도권의 인구대비 주택공급은 늘어난다. 물론 정부도 인구분산에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공공기관과 기업을 유치하고 그 종사자를 유입하기 위해 주택과 사회간접자본을 지원하는 여러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인구유입을 위해 지역의 사회간접자본을 확대하는 현재의 인구 분산 방식이 실패했다는 것은 그간의 지역의 인구 감소나 산업의 쇠퇴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지역 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를 확충해 지역균형발전과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계획이다(그림 3, ▶관련 기사정부 경기부양 안간힘…‘생활 SOC’로 지역경기 돌파구). 그러나 "지역밀착형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정책은 현재까지의 계획만 보면 유감스럽게도 실패한 지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중심의 지역발전 전략과 이름만 다른 토목공사에 불과해 보인다.

 

* 자료 : 기획재정부

그림 3. 지역밀착형 생활 SOC 투자 주요내용

 

정부마다 주민의 필요는 무시한 채 이름만 바꿔가며 거듭되는 토목공사는 결국 폐허로 남는 시설만 늘릴 뿐이다. 지역주민 사업은 지역과 주민의 불편을 개선하는 것이 주목적이 되어야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시설보다 복지서비스가 더 필요한 곳도 있다. 또 천편일률적인 시설보다 지역에 맞는 복지서비스가 지역 고용이나 산업에도 더 도움이 된다.(▶관련 기사: 강원 도로접근성 서울 25분의 1…이동권 불평등 커) 지역에 필요한 것은 판에 박힌 정책과 시설이 아니라 지역이 중심이 되는 지역발전계획이다.

 

» 지난 2월 1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 행사 장면. 시설 건설보다 복지서비스 확충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공기업과 대기업을 유치하려고 주택이며 기반시설이며 정착자금을 지원하여도 지역에 뿌리내리는 인구가 늘지는 않는다. 개발의 수혜만 독차지해 온 지역과 개발의 부담을 떠안은 지역이 국가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같은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간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같은 질의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만 지켜진다면, 서울에서 떨려나지 않기 위해 굳이 그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집값을 잡자고 세계 최고 비율인 수도권 인구를 더 늘려서는 안 된다. 서울의 집값을 잡고 싶으면 서울 밖에서도 살만해져야 한다. 그래야 서울도 더 살만해진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