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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해법이다/자원문제, 정의가 해법이다.

강원 도로접근성 서울 25분의 1…이동권 불평등 커

인터넷한겨레 2018. 9. 17.

 

도로 접근성 강원은 서울의 25분의 1, 평창올림픽 나선 이유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동권 등 공공서비스 제공 나서야

 

지방자치단체별 도로접근성

 

우여곡절 많던 평창동계올림픽은 끝났다. 가리왕산은 예상했던 것처럼 생태적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름다웠던 숲은 흉물로 남았고 예상한 것보다 산사태는 더 인근 주민의 삶에 위협이 되고 있다. 기대하거나 목표하진 않았지만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막아내는 불씨 역할을 해낸 것이 그나마 평창올림픽의 긍정적 역할이었다. 평창올림픽은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문젯거리를 지역과 국가에 남겼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에도 강원도민이 그토록 평창올림픽 유치에 열을 올린 이유가 단지 지가상승과 같은 투기적 목적만은 아니다. 도심지역처럼은 아니더라도 읍사무소나 장에라도, 병원이나 목욕탕에라도 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당연한 권리인 이동권을 평창올림픽을 통해 찾겠다는 것이다.

 

» 평창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으로 쓰인 뒤 흉물로 남은 가리왕산 하봉 일대. 2018년 6월21일 촬영한 모습이다. 김봉규 기자 bong@hani.co.kr 

 

장애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로 이동권이 사람답게 사는 데 필수적인 기본권이라는 것은 알려졌다. 그러나 장애인만 교통약자는 아니다. 장애인이나 노인, 병자, 어린이 등 신체적 약자는 물론, 대중교통시설이 없거나 도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사는 주민도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별로 도로에 얼마나 접근하기 쉬운지를 나타내는 도로접근성을 도로연장을 총면적으로 나누어 알아보았다(그래프와 표 참조). 도로접근성이 가장 좋은 서울은 전국 평균의 1265%인데 반해 접근성이 가장 낮은 강원은 54%에 불과하다. 강원의 도로접근성은 고작 서울의 25분의 1일 뿐이다.  

 

 

 

도로 접근성은 예상한 대로 인구가 많은 광역시에서 높고 지방에서 낮다. 먼저 개발된 도시는 인구가 많아서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이 먼저, 많이 투자되기도 했지만 사회간접자본이 인구를 불러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 지역이 사라질 지경에 이른 지역에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확대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또 오랫동안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의 혜택에서 벗어나 있던 지역이 국제행사를 유치해서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당연히 누리고 있는 권리를 보장받겠다는 욕구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처럼 지방과 국가재정을 탕진하고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남는 것이라고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흉물덩어리뿐이라면 이제는 이동권과 같은 기본권을 충족할 다른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시행하는 것이 옳다.

 

 

» 2014년 10월 22일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예당6리 진천마을 마을회관 앞에서 농어촌 어르신의 발노릇을 할 ‘100원 택시’가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발하고 있다. 보성군 제공

 

행복택시는 버스정거장에서 1㎞ 이상 떨어진 마을에 사는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민이 요청하면 운행하는 택시다. 19개 마을에서 운행하고 있는 공주시를 포함해 행복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지역의 행복택시 만족도는 90%를 웃돌고, 침체돼 있던 지역 택시업계의 고용도 늘고 있다(버스요금으로 시골 누비는 행복택시…2년반 새 2.5배 늘어) 1㎞에 수십억의 건설비가 드는 도로 대신 주민이 원하는 이동권을 복지서비스로 제공한 행복택시는 사회간접자본을 늘리는 것만이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비용만 많이 들고 효용성은 떨어지는 시설물 건설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행복택시나 이동 목욕서비스, 이동 도서관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데도 더 나은 방향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가 확대되는 복지비용을 감당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으로 사회간접자본을 설치해 그 혜택을 누려온 다른 지역과는 달리 복지서비스를 통해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지역의 복지예산은 중앙정부와 먼저 개발된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 효율성만 강조하며 개발혜택에서 뒷 순위로만 밀려왔던 지역에도 이제는 골고루 개발혜택이 나누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이 사회간접자본 확대와 같은 개발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공공서비스에서 소외되었던 사회적 약자가 원하는 건 공평한 공공서비스지 공평한 시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