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감이라 유감

상처, 헤집다 환경과 미래 52호, 2004년 겨울호 산다는 것 상처, 헤집다 이 수 경(사무처장) 발에 작은 유리조각이 박혔습니다. 제 딴에는 열심히 치우면서 산다고 했는데, 살면서 흘리고 다닌 오류들이 복병처럼 숨어 있다가 나를 치고 맙니다. 방에 들어가서 발을 들여다보려는데 영 거북살스럽습니다. 허리가 잘 굽혀지지 않으니 발바닥을 들여다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워낙 유연성이야 떨어졌지만 허리 굽힐 줄 모르고 살아 온 세월이 제 발바닥 들여다보는 일조차 이리도 부들부들 떨리게 만들었나 봅니다. 유리조각이 박힌 살 양편을 잡고 살을 늘이니 발바닥이 하얘졌습니다. 박힌 유리조각이 보입니다. 집게를 찾아서 유리조각을 집으려는데 손이 영 둔합니다. 유리조각을 몇 번 놓치다가 결국 유리조각은 더 깊이 박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더보기
오태양과 제시카 일병 환경과 미래 50호, 2004년 여름호 오태양과 제시카 일병 이 수 경(사무처장) 1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잠정적이지만 무죄가 선고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병역거부가 신성한 국민의 의무라면서 흥분하는 이들을 보면서 생각난 건, 가녀린 미국군인인 제시카 일병이 이라크인을 개줄에 묶어 끌고 다니는 사진이었다. 사진과는 달리 임신을 해서인지 살집이 오른 제시카가 턱을 쳐들고 그것은 미군의 조직된 점령행위의 일부였으며 자신은 그저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인터뷰를 보면서 느꼈던 역겨움이 되살아났다. 이라크전에 참전하기 이전의 제시카가 그저 착한 시골 처녀였다거나 하는 보도를 접하면서도, 인간성이 전쟁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당당한 제시카의 변론이 뻔뻔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건 .. 더보기
거니는 자유(Freedom of Roam)(영국 체류기) 환경과 미래 47호 2003년 여름 거니는 자유(Freedom of Roam)(영국 체류기) 이 수 경(사무처장) 서울에서야 참 심심할 일이 없다. 혼자 방안에 있어도 TV를 틀어두고 가끔씩 재미난 데만 보는 재주를 가진 탓에 TV를 보면서도 심심하다는 얘기는 내겐 영 남의 일이다. 엎드려서 책을 보다 TV를 보다가 하다가 그도 지루하면 전화로 수다를 떨다가 낮잠도 자다가 하면 하루가 금방 간다.(써놓고 보니 백수가 내 체질인 성싶다) 그렇게 여러 날을 까먹어도 자고 나면 새 날이 밝고 새 책과 새 프로그램이 천지에 깔렸으니 맨날 심심할 일이 없다. 그래서 언제가는 한 달하고 보름을 문 밖에 나가지도 않고 방안에서 뒹굴 거린 기록도 있다. 한 발도 현관문 밖을 안 벗어나고 말이다. 그렇게 혼자 뒹굴 거리.. 더보기
이라크전 소고(영국 체류기) 환경과 미래 46호 2003년 4월 - FOOTPATH에서 동물이랑 나랑 이라크전 소고(영국 체류기) 이 수 경(사무처장) 1. 이곳 영국에서 보는 뉴스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전쟁을 수행하고 있기는 한 국가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집권 노동당의 어느 하원의원이 반전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각료직에서 사임을 했다더라 하면서 아주 영웅으로 만들어 일대기를 보도하기도 하고, 국익을 위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총리를 공공연히 부시네 '푸들'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또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나온 총리를 사회자와 질문자가 합심하여 몰아세우고 야유하고, 좀 인사치레로 웃은 총리에게 왜 웃느냐고 지금 그게 웃을 일이라고 생각 하냐고 몰아세우기도 합니다. 연일 적국의 국민을 인터뷰하면서 이 전쟁이.. 더보기
애플데이 환경과 공해 45호, 2002년 12월 애플데이(영국 체류기) 이 수 경(사무처장) 사람은 어디 있든 자기하고 비슷한 사람끼리만 만나게 되는 걸 보면, 인연이라는 건 결국 매 순간마다 선택한 결과가 모인 거라는 말이 생각났다. 만리타국에 와서까지, 아무리 영국에는 환경운동가가 흔하다지만, 환경운동가를 친구로 두게 될 줄이야. 여기 도착하고 나서 얼마 있다가 차가 필요해서 중고차를 알아보기로 하였다. 10년 정도 된 차인데 아주 깨끗하고 값도 싸게 나온 차가 있어서 구경하러 갔다. 차의 전 주인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도보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영국에서 일년동안 실컷 트레킹을 즐겨보겠다고 했더니, 차 주인은 반색을 하면서 트레킹 자료를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서로 하던 일에, 하는 일에, 할 일에 그런 .. 더보기
우리동네 리본 아줌마는 어디 갔지 환경과 공해 44호, 2002년 10월 우리동네 리본 아줌마는 어디 갔지 (영국 체류기) 이 수 경 (사무처장) 1.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어느 동네에나 미친 사람이 한 명씩은 꼭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엔 머리에 리본을 커다랗게 맨 아줌마가 있었는데 옷은 늘 같은걸 더덕더덕 껴입어도 머리통만큼 커다란 리본은 매일매일 다른 천으로 매곤 했었습니다. 간혹 애들이 놀리기도 했지만 리본 아줌마가 나타나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떠는 마루 한 귀퉁이에 그냥 걸터앉아 있으면 아줌마들이 찬밥도 주고 옥수수도 주고 그랬습니다. 리본 아줌마는 애들이 놀리면 가끔 애들한테 돌을 던지기도 했지만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동네에서 풍경처럼 우리와 같이 살았습니다. 또 리본 아줌마에게는 아줌마의 엄마인 할머니가 있었는데 아이들.. 더보기
핵재앙과 인간의 실수 환경과 공해 35호, 1999년 11월 핵재앙과 인간의 실수 이 수 경(사무국장) 세기말의 위협이 실감나는 것은, 모모한 예언들이 아니고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지진, 지역분쟁 그리고 비행기나 핵발전소 등의 사고 소식 때문이다. 아직도 계속되는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만과 터키에서 지진이 그토록 위협적일수 있었던 것은 고층화, 밀집화된 생활양식의 변화와 이러한 위험에 취약한 주거환경에 걸맞은 안전의식의 부재 때문이다. 또 얼마 전 사고원인이 조종과 관제의 실수로 밝혀진 KAL의 괌사고와 99년 들어 닷새간격으로 터진 일본과 한국의 핵사고도 현대기술을 운영하는데 아직 인간의 실수가 적절히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하는 사업일수록 대형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늘 제기되곤 하.. 더보기
한전 민영화에 대한 궁금증 한전 민영화에 대한 궁금증 이수경(환경과 공해연구회 사무국장) 전력산업에 있어서 한전의 독점적 지위가 한전의 비효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경영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최근 몇 년 사이 환경단체와 반핵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전력산업을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주요 과제로 한전의 민영화가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IMF를 맞아 공기업의 민영화가 경제난 극복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인 것으로 여겨지면서 한전의 민영화 구상이 가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 시대적 과제이기도 한 것 같고, 친환경적인 전력산업으로의 재편을 위해서는 필수적이기도 한 것같은 한전의 민영화, 즉 전력산업의 민영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또 한전의 민영화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며, 이러한 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