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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동백꽃 지다 -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책이야기

동백꽃 지다

-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이수경(사무국장)

 

 

                                         그림 : 강요배

                                                   증언정리 : 김종민

                                                   증언 : 34명

                                                   출판 : 보리

 

경찰에 둘러싸인 강정마을엔 평화가 없다. 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운동가를 둘러싼 군과 경찰은 불현 듯 제주를 어느 과거로 옮겨 놓은 듯하다. 오늘의 강정마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제주에 자주 침몰하던 외적을 막아내기 위해 제주민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제주가 외적을 막아내는 동안 육지군(정부)이 뒷짐을 지고 나 몰라라 하거나(왜구 퇴치, 이재수의 난) 외국군과 함께 제주민을 치거나(여몽연합군, 4․3사건),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4․3사건을 촉발하게 만든 육지 군대(정부군)와 외국 군대가 제주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강요배는 자국군에 의해 도살당하던 제주민의 참혹함을 제주민의 탈출을 막느라 둘러싼 미군함정의 휘황한 불빛 속에 그려 넣었다. 당시 인구의 10분의 1 가까이 학살된 제주 4․3은 아직도 생존자의 악몽이다. 그 악몽의 주역이던 한국 정부가 제주에 사과(2003)하고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포(2005)하는 데는 반백년이 걸렸다. 평화의 섬 제주는 3만 명의 억울한 주검 위에 떠 있는 섬이다. 그러나 3만 명의 목숨으로 반백년 걸려 세운 평화의 섬을 군기지 건설로 다시 전쟁터로 몰아넣는 데는 불과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강요배의 화집은 강정사태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충분히 목이 메고 육지민인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책을 읽고도 울음을 멈추지 못해 내내 목이 아픈 까닭은 아직도 강정을 둘러싼 군경의 휘황한 불빛과 필요할 땐 한 번도 국가의 도움을 받아 본일 없는 제주민의 분노와 슬픔 때문이다. 때로는 잘 몰랐다는 말이 변명이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무지가 나누어야할 것을 나누지 않으려는 이기심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걸, 그래서 나도 결국 공범일 수밖에 없다는 수치심으로 목이 메는 그런 깨달음.

이 책은 불편하다. 부끄러움으로 불편하고 누군가의 한 때문에 불편하다. 강정마을은 불편하다. 역사가 4.3을 우리 앞에 데려다 놓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우리를 손잡게, 우리를 한 국민이게 하는 동력임도 잊지 않는다. 서경식 선생의 추천사는 “나는 ‘4․3’을 알지 못한다”로 시작한다. 강정에 손을 내미는 첫 걸음을 4․3을 다시 공부하는데서 시작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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