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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나의 책읽기

환경과 공해 28호, 1996년

 

 

나 의  책 읽 기

이 수 경 (사무국장)

환경관련서적을 찾기가 수월치 않던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사무실로 배달되는 책을 읽기도 바쁘다. 각 단체의 정기적인 회보 외에도 환경관련잡지, 단행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책상 앞에 쌓이니 대충이라도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에 늘 부담스럽다. 또 이렇게 밀려서 읽다보니 읽은 책을 다시 뒤적여도 새로 보는 내용같은 게 꼭 내 탓만은 아닌 듯도 싶다.

그래서 나름대로 터득한(?) 환경관련 서적 읽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주제에 따라 읽기.

한 해, 한 달, 한 주의 관심주제를 정하고 과감하게 관심주제에만 신경을 쏟는다. 물론 다른 건 눈에 띄어도 읽기를 생략하는데 망설임이 있을 수 없다. 단, 관심주제는 메모를 하고, 데이타를 비교하며 성실하게 읽어나간다. 이런 방법을 택하면 관심 주제에 대한 뒤죽박죽이던 생각을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침마다 신문을 꼼꼼하게 읽어두는 것으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무식을 면하는게 필요하다.

또 관심주제가 편향되거나 뒤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총론을 다룬 책의 목록을 따라가는 방법을 취하는데 그런 책의 하나가 따님에서 해마다 펴내는 「지구환경보고서」이다.

둘째, 정부나 정부투자기관에서 발행된 잡지는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읽기.

환경문제 중 나의 관심을 가장 끄는 주제는 도시의 구성과 에너지 정책이다. 그것은 그 두 문제가 환경문제의 중요한 해결고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 몇년간 내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는 에너지문제다. 그래서 빼먹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는 잡지로는 한국원자력연구소가 펴내는 [원자력 동향]과 해마다 나오는 상공자원부에서 나오는 [상공자원백서]이다.

[원자력 동향]은 외국의 최신 자료를 친절하게 번역하여 모은 것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핵폐기물 수송 위험도의 평가 방법"이라든지, "소아암과 원자력 시설의 상관관계" 등은 우리나라의 같은 사례와의 비교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흔히 핵추진론자들에 의해 제기되는 자료의 신빙성 문제도 깨끗이 처리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물론, 2차 자료가 갖기 쉬운 의문이 떠오르면 근거자료를 찾아보기 쉽도록 이 잡지가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

세번째, 분류 카드에 요점정리 하기.

나같이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요점을 정리하여 메모를 하는 것은 책 읽은 효과를 제대로 살리는 널리 알려진 비법이다. 그러나 효과를 조금 더 살리고 싶다면 분류카드를 만들어 두고 책의 요점, 중요한 구절, 데이타 등을 적어둔다. 물론 책 뿐 아니라 이 방법은 신문을 보거나 자료를 볼 때도 적극 활용한다. 특히 데이타를 정리해둔 분류카드는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데 이 방법을 활용하면 자료가 필요할 때마다 묵은 책을 다시 뒤지면서 시간을 헛되이 낭비할 필요가 없다.

사람마다 책 읽는 방법도 활용하는 방법도, 그리고 효율도 각기 다른데 내 나름의 책 읽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축적된 데이타가 사무실 한 쪽 책상에 꽤 쌓여 있으니 활용을 부탁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