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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이라 유감

북한산 둘레길(흰 구름 길) 생태기행

환경과 공해연구회 소식지 2011년 4월호

 

북한산 둘레길(흰 구름 길) 생태기행

이수경(사무국장)

 

 

4월 23일 북한산 둘레길로 생태기행을 떠났다. 자주 뵙지 못하는 회원 분들을 뵙고 싶었으나, 누구 말마따나 ‘밑반찬’ 뿐이었다. 꽃 놀이를 가야지가야지 하면서 봄을 다 보낼 판이었는데 꽃 천지인 북한산 산행으로 때워야 겠다.

토요일이라 둘레길에는 꽃보다 사람이 많았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아이들부터 직장인들의 모임까지, 무리를 놓치지 않으려 사람 단속 하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는 건 대부분 소리 때문이다. 사람 띠로 둘레길이 그려져도 빈 곳은 있다. 사람이 많은 구간에서는 빨리 걷고 사람이 적은 구간에서는 길도 꽃도 구경도 하고. 다들 그런 요령을 피우는 데도 빈 곳은 있기 마련이다.

조팝나무가 길을 따라 피어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꽃 무리를 이루고 있는 작은 꽃들이 정말 또록또록 하게도 생겼다.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려 놓은 것 같은 꽃이다. 나중에 시골에 가서 살면 울타리는 조팝나무로 해야겠다. 사람 피한다고 정작 우리 무리마저 떼어놓고 보니 묻고 싶은 게 있어도 강사인 이은주 교수는 저만큼 멀리 있다. ‘알아야 맛이랴, 느껴지면 아는 거지.’ 속도 편하게 그냥 가던 길로 터덜터덜 걸었다.

우이령길과의 갈림길에서 바가지 약수터쪽으로 길을 잡았다. 군사적 목적으로 출입이 통제되었던 우이령이 개방되면서 생태계 훼손이 가속화 되자 다시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환경단체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기후변화 등 환경이 삶의 질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세대간 정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탓이다.

미래세대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환경문제를 보다 넓고 긴 시각으로 이해하게 했다는 공헌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그럼 우이령과 같은 자연에 대한 접근은 우리와 다음 세대의 일부와 전문가에게만 허락되어진다는 세대내 불평등에 대한 불만도 이해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결국 설왕설래 끝에 우이령의 생태가 감당해낼 수 있는 하루 1000명으로 탐방인원을 제한하는 것으로 결정이 난 모양이다.

하여튼 우리는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이수경 때문이 아니라) 전설(?)의 우이령길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하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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