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감이라 유감

한전 민영화에 대한 궁금증

한전 민영화에 대한 궁금증

이수경(환경과 공해연구회 사무국장)

전력산업에 있어서 한전의 독점적 지위가 한전의 비효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경영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최근 몇 년 사이 환경단체와 반핵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전력산업을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주요 과제로 한전의 민영화가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IMF를 맞아 공기업의 민영화가 경제난 극복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인 것으로 여겨지면서 한전의 민영화 구상이 가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 시대적 과제이기도 한 것 같고, 친환경적인 전력산업으로의 재편을 위해서는 필수적이기도 한 것같은 한전의 민영화, 즉 전력산업의 민영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또 한전의 민영화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며, 이러한 변화가 친환경적인 에너지체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려면 먼저 준비되어야할 제도적 보완책이 무엇일까?

그간 전력산업이 독점적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던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이것은 전력산업이 갖는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과 공공성 때문이다. 민영화는 바로 이러한 전력산업의 공공성의 강조가 한전의 비효율과 권위주의적인 경영으로 나타났다고 보고, 효율성에 더 무게를 둠으로써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러한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다른 여러나라에서도 시도되었거나 시도되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 등과 중국,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남미의 여러나라 등이 그 예이다.

한전의 민영화로 대변되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의 요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략 두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전력산업이 정부의 소유에서 민간의 소유로 바뀐다는 것과 둘째, 독점의 형태에서 경쟁의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력산업의 재편은 각 나라가 처한 전력시장의 성장측면에서 다른 목적을 갖고 진행되는데 전력수요 성장률이 2∼3%인 국가와 연평균 전력수요 성장률이 7%를 상회하는 국가로 나뉘어진다.

안정적인 전력수요를 가진 국가가 전력산업 개편에서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에 주안점을 두는데 반해 성장시장에서는 발전설비의 공급능력의 확충이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연평균 전력수요가 12.5%이상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전의 민영화가 발전설비의 확충에 가장 큰 기여를 하리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는 그간 한전의 민영화를 앞장서 주장해왔던 환경단체와 반핵단체의 구상과는 전력시장의 개편이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즉, 한전의 민영화가 발전시설의 무분별한 증설을 통해 전력수요를 충당코자 하는 그간의 한전의 경영에 타격을 입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의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에 기여하리라는 믿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한전이 갖고있던 공공성을 약화시켜 도서지역 같이 외진 지역 등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도 당연히 전력의 혜택을 누릴 권리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즉, 전력산업의 효율화라는 것이 지금처럼 산업계의 시설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전력사용의 효율화가 이루어지는 방향보다는 오히려 인원을 감축하여 실업을 늘이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전력공급의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시장경제적인 경영의 효율화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물론, 얼마 전 발표된 한전의 민영화 대상에서 송·배전사업 등 공공성이 강한 부분은 빠지고 발전부분만 우선 민영화하기로 한 것은 단기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민영화가 되면 발전부분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 것이라는 그 동안의 기대도 제도적 정비 없이는 근거 없는 낙관일 뿐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물론, 그 동안 전력산업에 있어서 한전의 독점적 위치가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끼친 폐해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에서 누차 제기되어왔고 우리나라의 전력구조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데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력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민영화가 과연 얼마나 도움을 줄 지, 또 민영화로 파생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보다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선행되어야한다. 이는 전력산업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보아, 효율성이라는 토끼를 잡으려다 공공성을 놓쳐서는 안되며, 또 친환경적인 사회라는 것은 결국 효율보다는 공공성을 우선 배려하는 사고로 구성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 해외전력산업의 규제완화에 관한 연구, p23, 손양훈, 조성홍,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