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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는 게 시민운동이다

성주가 님비인가, 쓰레기 매립장도 이렇게는 안 해

성주가 님비인가, 쓰레기 매립장도 이렇게는 안 해

                                                            한겨레 물바람숲 2016. 07. 26

 

폐기물 처리시설법 등 오랜 기피시설 갈등 겪은 환경 분야 참고해야

사드 필요성 대해 여러 의견 있겠지만 누구도 ‘외부’일 수는 없어 


s-1.jpg » 황교안 국무총리가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해 사드 배체에 관한 주민설명회를 마친 뒤 분노한 군민들이 버스를 가로막고 항의하고 있다. 황 총리는 6시간 여 뒤에 현장을 간심히 벗어났다. 성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방부가 꼭꼭 감추고 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지역을 성주로 발표하면서 참외의 고장 성주의 민심이 사나워졌다지난 15일 설명회를 하겠다고 성주를 찾았던 황교안 총리 일행은 주민들의 물병과 계란 세례로 군청에 6시간 동안이나 갇혔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단 성주 사드배치 저지투쟁위원회는 물리력이 동원된 시위에 대해서는 사과했다그러나 주민설명회라면서도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의 당위성만 강변하고 주민의 의견은 들으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은 총리 일행이 가뜩이나 불안하고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어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1) 그런데도 <한국방송>은 이날 성주에서 일어난 일을 외부세력에 의한 폭력사태로 몰아가면서 성주군민의 ‘님비 현상’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a-2.jpg » 지난 19일 한국방송(KBS) <뉴스9>는 “경찰이 성주 시위에 외부 인사가 개입한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리포트로 내보냈는데, 이에 대해 한국방송 전국기자협회는 “윗선에서 공안몰이를 지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 갈무리


그러나 성주의 사드 반대를 ‘님비’(NIMBY)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님비 현상이란 공공시설물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성주의 사드 반대를 님비현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성주 사드 배치투쟁위원회는 우리나라에 사드는 필요치 않기 때문에 성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도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피시설 입지 반대가 이기적 행동인가


05604665_P_0.JPG » 성주 읍내에는 수많은 단체와 기관이 내건 현수막이 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지역 이기주의인가. 성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님비 현상은 공동체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기적인 현상을 상투적으로 가리킬 때 쓰인다그러나 이 용어는 공동체의 다수가 막무가내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무기이기도 하다. 성주군의 사드 반대처럼 님비가 아닌 것을 님비라고 하는 등 잘못 이해되고 있기도 하다


공공시설물이란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같이 이용하는 시설을 말한다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공동체의 규모가 작다면 공공시설로 인한 혜택과 부담을 같은 지역같은 사람들이 지기 때문에 공공시설물의 설치로 인한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작다. 그러나 개발이 진행되고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공공시설물로 인한 혜택과 부담이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못하면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대표적인 기피시설인 쓰레기 처분장의 예를 보자. 악취나 위생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있어도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자기 마당에 묻는다면 불만이 일어날 소지가 없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처럼 인천에 있는 매립장에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쓰레기까지 매립하는 것에 대해서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불만을 갖고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와 갈등이 빚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서울 안에서 자체적으로 매립지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로 비싼 땅값이나 인구 밀집 등 개발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요인을 들면서, 인천 더러 폐기물매립지 같은 개발의 부담을 지라고 요구한다고 순순히 받아들여지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공공시설물에 의한 수혜와 부담이 분리되는 정도가 커질수록 님비현상도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님비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시설물로 혜택을 입는 다른 공동체의 일원들이 기피시설 입지 지역의 부담을 나누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기피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시설이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지를 공론의 장에서 검토해야 한다또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 할지라도 공동체를 위해 부담을 져야 할 지역의 의견을 기피시설 설치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누군가의 희생과 부담을 요구하기 전에 불공정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공동체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기피시설이 필요한 시설이고 공동체 내 어딘가에 설치해야 한다면 입지가 적정한지를 놓고 행정당국뿐 아니라 관련 지역주민들도 참여하여 검토할 길이 제도적으로 열려 있기도 하다.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지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자와 전문가뿐 아니라 주민과 지역 의회까지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입지 타당성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후 조사개요에 대해 20일 이상 지역주민들이 열람하고 검토한 뒤 공청회와 설명회 등을 거쳐 입지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2)


기피시설로 인한 오랜 갈등을 겪어온 환경행정 분야에서는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입지지역 주민의 의견을 사업실시 이전 단계부터 수렴해야 한다는 것을 오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배웠다


그런데도 주민설명회를 사전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어떤 장치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총리가 일방적으로 성주를 방문해 사드 설명회를 열겠다고 했으니 주민항의가 거세질 것이야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입지가 선정된 이후에도 기피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는 다른 공동체 성원이 부담을 나눠서 지는 노력을 당연히 하여야 한다일례로,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인천시경기도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단체시민단체가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05328731_P_0.JPG »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트럭들이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 무인기 촬영.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5년 628중앙부처인 환경부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를 반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수도권매립지 연장에 관한 최종합의문을 발표했다이 합의문은 인천시와 지역주민의 고통과 희생에 대한 다른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인정과 감사를 표시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3)


또 2016년 종료하기로 한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기 위해서 수도권매립지의 매립면허권과 소유권을 인천시에 양도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 및 인천시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기로 약속하는 등 인천시가 수도권의 쓰레기를 대신 떠맡으면서 지게 되는 부담을 나눠서 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물론, 이 합의가 수도권매립지를 무제한 사용할 권한을 터줬다거나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합의에 참여하지 않아 정작 고통받는 지역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한계를 안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 이 합의를 주목해 봐야 하는 것은 청와대와 중앙언론이 그토록 개탄해 마지않는 님비현상을 피해 공공시설물 설치에 따른 혜택과 부담을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역정책당국과 시민주민의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남이가’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내 지역이 아니라고 설치를 강요하거나 제일 아닌 남의 일로 치부하고 나 몰라라 하는 태도야말로 이기적인 행동이다님비 현상의 이기적인 속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내 뒷마당에 기피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내 뒷마당만 아니면 상관없다며 공동체의 문제에 외부로 머물러 있으려는 태도이다.


21일 성주군민 2000여명이 서울역에 상경해 성주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지난 15일 성주군청의 시위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중앙언론과 정부의 거센 공세를 의식해서인지 이날 시위에서 성주군민은 가슴에 파란 리본을 달았다


05606070_P_0.JPG » 사드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이 21 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주군민을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달고서 집회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외부세력이 없다는 것을 언론과 국민, 정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세월호의 노란 리본이 우리가 모두 당사자이고 피해자와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연대의 표시라면 파란 리본은 주민들의 주장에 외부의 불순한 선동이 없음을 증명해 보이려는 표시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성주가 고향이라도 현재 성주에 살지 않으면 외부세력이라는 막말로 성주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또 중앙언론이 앞장서 외부세력이 성주 사드 반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괴담을 만들어내고 있다중앙정부와 언론에 맞서 성주군민이 선택한 파랑리본은 그래서 서글프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소위 ‘국익’에 관한 일 아닌가국민이라면 모름지기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발언할 권리참견할 권리가 있다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고 있는 국방의 의무가 있으니 사드 한반도 배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권리 이전에 책임에 가깝다사드 배치예정지역으로 거론되어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던 원주양산칠곡평택벌교 등 다른 지역도 성주 문제에서 남일 수 없다.


05606830_P_0.JPG »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철회 범국민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드가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서 필요한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그러나 누구도 성주의 사드 배치문제에서 외부일 수는 없다


사드 배치가 한반도의 평화에 위협이 되고 경제적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 사드 반대론자는 물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찬성론자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부담을 져야 하는 성주의 사드 배치문제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사드는 찬성하면서 성주 배치에는 구경꾼으로 머물겠다는 것은 사드가 가져올 안보라는 단물만 빼먹고 그 부담은 성주에 떠넘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사드 배치의 정당성은 물론 절차의 정당성을 따지는 책임에서 우리나라 국민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이래저래 우리는 성주의 남이고 외부일 수 없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1) http://www.huffingtonpost.kr/2016/07/18/story_n_11047982.html

2) 국가법령정보센터, 폐기물처리시설설치촉진및주변지역지원등에관한법률, 시행령

3) http://www.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rId=1&boardId=533610&menuId=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