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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는 게 시민운동이다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로 거듭난 새만금연대활동

 

환경과 공해 39호 (2001년 6월)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로 거듭난 새만금연대활동

이수경(환경과 공해연구회 사무국장)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이하 생명연대)는 2001년 3월 19일 발족하였다. 생명연대는 그간 새만금사업에 반대해온 환경단체, 지역단체, 종교계의 비공식적인 연대회의를 공식화한 것으로, 실질적인 활동은 수년 전부터 계속된, 새만금사업 반대의 중심기구이다. 생명연대는 다른 환경연대기구와는 달리 환경단체보다는 오히려 불교, 천주교 등 종교계가 연대의 구심점을 이루고, 환경단체가 실무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명연대가 발족되면서 '새만금사업 반대'로 시작된 연대활동의 목표는 '새만금 갯벌 살리기'로 바뀌었다. 이러한 목표 설정의 변화는 작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새만금 연대의 이념이 생명존중에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생명연대의 저변을 넓히는데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종교계가 새만금 살리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데는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님, 오영숙 수녀님과 같은, 종교계 내부에서 존경을 받는 종교인이 참여한 것에 힘입은 바가 크다. 종교계가 생명연대의 중심에 서서 생명연대를 끌어가면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새만금 살리기 운동이 명분과 힘을 얻게 되었다. 또 부수적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종교인들이 참여함으로써 환경단체가 중심이 되었던 다른 연대기구들과는 달리 연대가 보다 공고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이렇게 종교계가 참여하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부로서도 새만금반대를 주장하는 생명연대를 새만금사업의 파트너로서 인정하기 시작했다.

생명연대는 3월 19일 발족하면서 릴레이단식농성과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3월 31일까지 계속된 1인 시위에 환경과 공해연구회(이하 환공연)에서는 김상종 고문이 24일 참여하였고, 장영기 회장은 24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까지 24시간 단식 농성에 참여하였다.

사무국에서 24일 농성장을 지켰고, 이동수 부회장, 정운경, 조홍섭 운영위원이 지지 방문을 했다. 장영기 회장은 단식을 하느라고 꺼칠한데, 사무국 식구끼리 밥을 먹으니 조금 미안하고, 많이 즐거웠다.

농성이 정부에게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농성장을 중심으로 새만금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새로운 생명연대의 활동을 계획하는 데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운동은 대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바꾸는 일이라던 고루한 선배들의 금언(?)들도 생각나고 여하튼 농성장을 중심으로 다른 단체의 활동가들과도 낯을 익히게 되었다.

생명연대 발족 이후 조계종 중앙총회와 천주교 사회사목위원회에서 새만금사업반대를 공식화 했고, 전국대학교수 340인 선언, 원불교, 개신교 현지 기도회 등 새만금 사업에 대한 각계의 반대의사 표시가 줄을 이었다.

또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이하 지속위)에서도 3월 22일 새만금사업의 찬반 양론을 비교한 의견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조급한 정책결정은 갈등의 마감이 아니라 더 큰 불신과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국민들의 의견수렴과 이해 속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요구된다"고 발표하였다.

이렇게 생명연대의 활동이 사회각계각층의 폭 넓은 지지와 성원 속에서 저변을 넓혀가자 정부는 새만금사업의 계속 여부를 확정 발표하겠다는 3월 말이 지나도 입장발표를 하지 못했다. 3월 말이 지나고도 정부의 입장발표가 없자, 새만금사업 강행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꺽인 것이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조심스레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생명연대를 이끌어온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이 드디어 4월 8일에는 새만금 갯벌에 해창사와 천주교 기도의 집을 열었다. 컨테이너 박스 한 칸 씩, 나란히 붙어있는 해창사와 기도의 집은 초라했지만, 새만금갯벌을 살리겠다는 생명연대와 두 종교인의 의지로 어느 사원보다 성스러워 보였다.

4월 24일, 국무조정실과 지속위는 5월 초순 새만금사업에 대한 토론회와 검토위원회를 열어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 복수안을 만들고 5월 중순, 국무조정실이 새만금사업 계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합의안을 발표하였다.

환공연은, 이번에 합의된 토론회와 검토회의는 일정, 구성, 의제설정, 방법, 운영 등이 모두 찬성쪽을 지원하는 국무조정실에 의해 결정되어 새만금사업의 강행을 위한 형식적 절차이며, 새만금사업 반대입장에서 합의안을 마련한 지속위는 새만금 사업 중단을 촉구해온 기관도 아니며, 구성면에서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는 동시에 각 정부부처의 장관들도 참여하고 있어 새만금 사업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시민사회단체들과 종교계의 입장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토론회와 검토회의에 불참하기로 결정하였다.

또, 생명연대도, 5월 중순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그간 계속되어온 찬반 양론을 다시 정리해서, 사업추진 의사를 강력하게 밝혀 온 총리실이 사업계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지속위와 국무조정실의 합의는 수순밟기에 불과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개토론회와 검토회의는 생명연대의 참여없이 반 쪽으로 강행되고 있으며, 생명연대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토론회와 검토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새만금사업 반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