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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는 게 시민운동이다

관악구에서 작은공동체의 실현

환경과 공해 29호, 1997년

 

관악구에서 작은공동체의 실현

이 수 경 (사무국장)

거대도시 서울의 환경오염에 대한 해결책이 여러가지로 제시되지만, 매번 여러가지 이유로 난관에 부딪쳐 포기하게 되곤 한다. 그것은 물론 정책이 갖고있는 오류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이 거대하고 밀집된 도시라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오염을 저감시키기 위해 서울시는 교통대책 마련에 부심이다. 현재 버스전용차선제나 혼잡통행료 징수제도 등이 시행되고 또 여러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지만 교통대책으로 서울의 대기오염이 줄어들고 교통난이 해소될 가망은 없어 보인다. 지금처럼 주거지와 근무지가 먼거리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서울의 거대 규모가 서울의 대기오염의 근본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요즘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의 퇴비화 문제도 녹지와 주거지가 현재처럼 원거리에 분리되어 있는 서울의 도시계획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왜냐하면 밀집화된 주거형태로는 퇴비화를 위한 장소를 확보하기도 힘들고 또 최종 생산품인 퇴비의 수요처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공룡 서울이 중병을 앓고 있지만, 원인이 서울의 과밀화 거대화된 체질에 있으므로 아무리 증상을 다스려 병을 잡으려해도 병은 나날이 깊어만 간다.

경제활동, 즉 생산활동 및 소비활동 단위를 작게 분할하고 분산시키는 작은 공동체 만들기의 노력은 환경적으로 건전한 도시 만들기의 필수적 과제다. 따라서 선진외국에서는 도시안에 농지와 자연적인 숲을 조성해 도시를 작은 구역으로 나누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 이런 작은 공동체 만들기의 기초적인 틀로 독립적인 자치체 운영이나 지역주민의 자치적인 모임들도 정부차원에서 격려되고 지원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방자치제도란 단순히 권력의 지역적 분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행정참여를 통한 권력의 분산에 더 근본적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시대가 문을 열고 시민의식의 발전으로 이러한 작은 공동체 만들기의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소각장반대운동같은, 언론에 의해 님비현상으로 불렸던 주민조직들이 지역환경운동의 실천과제를 찾아 자치체의 환경정책을 선도하는 일이라든지, 지역탁아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조직들이 지자체의 행정을 감시하고 더 나아가서 정책을 수립하는데 앞장서는 것 등이 그것이다. 강동구에서 소각장 반대운동 주민조직이 앞장서 서울의 어느 구보다 모범적인 퇴비화 사례를 만들어 내고, 관악구 지역자치모임이 지역의 복지실태를 조사하고 그 해결에 앞장서는 것, 군포시에서 주민조직이 앞장서 지역신문을 만들고 군포시 행정에 참여해 건전한 환경정책을 건의하고 실천하는 일들이 어려운 지방자치제도 여건 하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조직의 활동이 현재 원활하지 못하고 독립적이지 못한 지방자치제도를 바꾸고 건전하게 만들어가는 작은 공동체실현의 힘임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환경과 공해연구회에서도 이러한 작은공동체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96년부터 본격적으로 관악구 환경사업을 벌였다. 「관악구 봉천1동과 과천시 부림동의 보행환경과 녹지조성실태조사」, 「물 속 벌레로 알아 본 관악산 계곡과 도림천의 수질오염」보고서를 발간하였고, '관악구 환경감시단 운영', '도림천 살리기 시민연대' 결성, 신림10동에서 '쓰레기학교' 개최 등 관악구에서 환경에 관심을 갖고있는 주민을 한데 모으는 노력을 하였다. 96년 연구회에서는 관악구의 환경기초자료 및 실태를 파악하고, 관악구민이 직접 환경감시활동을 펴나가는데 필요한 기초지식 및 방법을 공유하는 틀을 만드는데 주력하였다. 연구회는 앞으로도 96년의 실태조사에 더불어 실질적인 환경행정의 대안제시 및 실천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