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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이라 유감

국방의 부담 공평하게 나누기

 환경과 공해연구회 소식지 2011년 7, 8월호

 

국방의 부담 공평하게 나누기

이수경(사무국장)

강정마을이 뒤숭숭합니다. 작고 아름다운 어촌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발표가 나면서 한적한 마을이 쑥대밭이 되어버렸습니다. 오순도순 살던 마을 사람들이 두 패로 나뉘어 반목하고, 평화롭던 마을엔 전운이 감돕니다.

왜관 미군기지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미군의 양심선언이 알려지면서 왜관도 어수선해졌습니다. 고엽제를 묻거나 뿌린 곳이 비단 왜관 뿐 아니라는 증언도 잇따라 나오고, 왜관에서 고엽제를 파내긴 했지만 어디로 간지는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미군의 해명은 오히려 전국의 미군기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환경피해가 그렇지만 주한미군이건 한국군이건 군부대로 인한 환경피해는 더 피해자를 억울하게 만듭니다. 나라가 안정되어야 경제도 성장하고 나라도 발전한다지만 경제가 성장해도 나라가 발전해도 변방에 사는 사람들은 그 혜택에서 벗어나 있거나 오히려 성장의 희생양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도 나라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국방의 부담을 개발 편익의 소외자에게 부담지우고 이러한 부담을 국가를 위해 받아들이라고 우리 사회가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이나 군대에 대한 입장은 따지지 않더라도 모두가 짊어져야 할 국방의 의무를 누군가 대신 짊어지고 있는데, 지켜야 할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피해에 눈을 감고 나누지 않으면서 피해자의 호소를 사회의 불안요소쯤으로 치부한다면 그건 정말 부당한 일입니다. 그 부당함에 대한 분노와 우리도 그 동조자는 될 수는 없다는 부끄러움이 환경과 공해연구회가 미군고엽제 문제에 참여하게 된 동기입니다.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피해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습니다.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간이상수도가 기름에 오염되고, 오염된 농업용수로 농작물이 말라죽는 일이 미군기지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마을 우물에 시커멓게 뜬 기름을 퍼 난방연료로 사용했다는 웃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소파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느니, 미군은 그 피해보다 더 큰 구국의 은인(?)이라느니 하면서 미군으로 인한 피해는 묻혀 왔습니다. 그 말을 전혀 동의하지는 않지만 동의한다고 쳐도, 소파규정으로 인한 미군의 환경오염이 용인되는 건 빌려 준 땅 뿐입니다. 빌려준 땅 밖의 주민들이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에 노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걸 감시하라고 한국 정부가 있는 것입니다.

또 소파규정에 따라도 남의 전쟁에 쓰던 고엽제를 우리 땅에 묻는 일은 불법입니다. 우리 땅에서 버젓이 불법이 일어난 줄 알면서도 그 잘못을 캐묻지 못한다면 한미공조는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먼저 불법적인 일이 벌어진 경위와 과정에 대해 분명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가해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백 번 양보하여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군이 꼭 필요하고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피해는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싶다면 그 피해는 모두 나누어야 할 일입니다. 나라가 안정되어서 이룰 수 있었던 성장과 시장으로 인한 혜택이, 국방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져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어떤 이유로든 미군에 피해를 제대로 묻기 어렵다면 최소한 피해를 먼저 밝히고 피해자를 위로해야합니다. 우리 정부가 그것도 못하면서 강정마을 주민에게 국방을 위해서 살던 고향을 내놓아라, 미군기지 주변주민에게 불합리한 소파규정이 나라를 지킨다 생각하고 참아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환경과 공해연구회는 앞으로 미군기지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선은 왜관에서 실시되고 있는 한미합동조사를 잘 지켜보고 그에 관한 의견을 계속 밝히겠습니다.(블로그 (http://ecoi.tistory.com) → 자료실 → 유해물질 및 환경피해) 회원 여러분도 강정마을(책 이야기 9, 10쪽 참조)과 미군 고엽제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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