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못 알려진 환경상식

시민운동은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이다?

최근 들어 정부의 시민운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시민운동에 대한 지원이 늘었다. 그래서 시민운동이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또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의식개혁 운동을 주도하기도 한다. 쓰레기 줄이기 운동같이 시민의 참여가 결정적인 사업을 예전에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주도하여 하던 것을 이제는 시민운동단체가 계획하고 집행하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이러한 사업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한부분이라거나, 또 이러한 사업에 있어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는 다른 의견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만이 시민운동은 아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물을 아껴 쓰자, 산에 나무를 심자 같은 구호는 예전에도 늘 들어오던 구호이다. 물론, 그래서 혹자는 박정희 정부의 유일한 치적으로 산림녹화의 성공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국민이나 시민을 대상으로,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국가가 주도하든 시민운동 단체가 주도하든, 시민이 대상이든 국민이 대상이든 또는 농민이 대상이든 국민운동이라고 부른다. 국민운동은 또 축제거나 광고거나 혹은 반상회를 통해서거나 강제동원이거나, 그 동원방식에도 상관없이 국민의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상의하달식 운동이다. 따라서 국민운동은 그 의식개혁의 대상이 환경문제이든 인구문제이든, 무엇이든 간에, 잘못된 국민의 행동양식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고 이를 시정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운동은 이와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달리 보는 운동이다.

시민운동은 대의민주제도가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하도록 시민이 직접 정책의 운용 등에 참여하는 운동이다. 즉 다수를 대신하여 정책을 집행한다는 대의민주제도가 다수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거나(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대로 행동한다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는 다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소수가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것 등이다.(다수가 반드시 옳지 않다는 것이 다수결이 갖은 맹점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라든가, 양심적 병역의무 철폐같은 시민운동은 다수의 의견과는 다르지만 국가가 지향한다고 내세우는 헌법 등의 정신에 비추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벌여나가는 시민운동이다. 또 동성애자 인권운동은 다수와 다른, 소수가 벌이는 소수의 권익운동이다) 즉 시민운동은 다수의 대표라는 의회, 정부 같은 국가기관이 대신 집행하거나 계획하는 모든 정책에 대해 감시하고, 직접 참여하여 대의민주제도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해나가려는 운동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진정한 형태인 직접민주방식을 통해 간접민주제도가 갖고있는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국가가 주도한 새마을 운동과는 달리 시민운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환경운동은 잘못된 정책이나 제도에 환경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보고, 정책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시민운동의 성과가 단지 시민의 참여 정도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이는 시민운동이 홍보나 조직관리의 미숙함으로 시민의 참여가 부족하여, 시민운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자체평가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제는 시민운동을 공격할 때마다 이용되는 주장으로 변질되었다. 시민운동의 주장이 정당성으로 평가되기보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숫자로만 평가되는 것은 시민운동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시작된 것이다.

물론 환경운동을 비롯한 시민운동은 시민과 함께 하는 운동이며 많은 시민의 참여에서 힘을 얻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환경운동이 국민 다수의 의견을 대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어느 경우에는 환경운동이 국민 다수 혹은 다수의 의견과 함께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환경정책이 너무나 열악했던 그동안에는 환경운동이 다수의 지원에 힘을 입어 성장해왔지만, 이제부터 환경운동은 당위에 보다 의지하여 벌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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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환경과 공해연구회(김상종,김정욱,안병덕,이동수,이수경,장영기,조홍섭,황순원)